사랑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사랑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를 참 사랑 혹은 건강한 사랑이라고 부르고 후자의 경우를 병든 사랑 혹은 거짓 사랑이라고 부른다. 자연 상태에서 나무를 옮겨 심은 후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나무가 죽는다 또한 물을 너무 주지 않아도 나무가 말라서 죽는다. 너무 과도한 것은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이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사랑을 너무 많이 주면 질식해서 죽게 된다. 영어에서 양육을 의미하는 어머니에서 온 글자 mothering에 접두어로 에스(S) 글자가 붙으면 smothering으로 질식이라는 말이 된다. 사랑과 질식은 글자 한자의 차이다는 것을 보여준다(김종만, 결혼과 가족과 치료, p88-p90).

병든 사랑과 거짓 사랑. 어머니나 아버지가 과잉보호로 자녀에게 너무 모든 것을 다 해주면 자녀는 의존적이 되고 자치심을 기를 수 없게 되어 결국은 사회생활에서 홀로서기가 어려운 낙오자가 된다는 것은 이미 앞 장에서 이야기 했었다.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는 자신이 어릴 때 받은 욕구의 상처 때문에 한이 맺혀서 자신의 자녀를 특별히 돌보려고 하는 데서 생겨난다. 과소가 과대로 바뀌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고 한쪽의 극단에서 다른 쪽의 극단으로 간 것이며 이것은 자기 보호적 방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는 것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김종만, 결혼과 가족과 치료, p88-p90).

사례 1. 1996년도 아카데미 상에 빛나는 영화 샤인은 호주의 천재 피아니스트의 실화를 영화화 한 것으로 유명하다. 데이비드(David)의 아버지 피터(Peter)는 어린시절에 바이올린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아버지가 허락해 주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바이올린을 샀으나 아버지의 눈에 띄어 바이올린을 그 자리에서 박살 당하고 음악의 꿈은 좌절 되었다.

 피터는 자신의 아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세계적인 음각가로 만들겠다는 꿈에 살게 된다. 아버지는 오로지 아들의 피아노 연주에만 집착하게 된다. 피터 자신의 일도 취미도 일상생활도 모두 아들의 피아노 연습에 투자한다. 피터의 아들 데이비드는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나서 어린시절부터 피아노를 공부하여 음악 콩쿠르 대회에서 일등상을 휩쓸었다. 피터는 아들에게 언제나 일등을 해야 한다, 이등은 소용없다고 가르친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피아노 연주인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데이비드는 아버지의 기대대로 자란다. 오로지 피아노 연습에만 몰두 한다. 친구도 없고 노는 일도 없이 피아노 연주에만 몰두 한다. 어린시절에는 아버지의 요구대로 잘 되어 갔으나 사춘기가 되면서 데이비드는 자신의 주장은 번번히 묵살당하게 된다. 음악 콩쿠르 대회에서 일등을 상을 받으면서 사회자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피아노를 공부하게 되었느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아버지가 모든 대답을 하는 통에 데이비드는 한 마디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아버지가 데이비드의 입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음악가가 데이비드를 미국에 공부하러 오라고 초청장을 보냈다. 데이비드가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가려고 아버지에게 허락을 요구 했을 때 아버지는 폭력으로 대답을 한다. 절대로 아버지 곁을 떠나갈 수 없다고 강압을 한다. 세계 제일의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하면서 절대로 아버지의 품을 떠날 수 없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보이게 된다.

 데이비드는 이중 구속에 얽매이게 된다. 공부를 하러 가면 아버지와 관계가 단절되고 공부를 하러 가지 않으면 세계 제일의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 어느 쪽으로 해도 패배자가 된다. 영국의 왕립 음악대학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하러 오라는 초청장이 왔을 때 아버지는 데이비드에게 영국으로 떠나면 다시는 집에 돌아 올 수 없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을 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이세상에서 아버지 만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 한다. 이중 구속이 또 한번 등장을 한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면서도 아버지를 미워하지 말고 사랑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메시지이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는 영국 유학 길에 오른다.

 영국 유학 생활에서 데이비드는 아버지의 생각이 머리 속에서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강조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전공하겠다고 지도 교수에게 이야기 했고 지도 교수는 그 음악을 연주하면 정신이 돌아버릴 것이라고 경고하였음에도 자신은 이미 돌아버린 사람이나 마찬 가지이니 돌아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 곡을 연주하겠다고 했다. 결국 데이비드는 일등으로 졸업을 하게 되고 졸업식장에서 라흐마니노프 연주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축하 손님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정신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을 누구 보다도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만들었다. 데이비드가 영국으로 유학 차 떠나가자 아버지는 손수 만들었던 아들의 피아노 연주 논평이 담긴 신문 스크랩들을 모두 다 불 태운다. 영국에서 온 아들의 편지를 모두 수취거부로 되돌려 보낸다. 아들이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 왔을 때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아들은 정신병원에 되돌아 갔다. 그 후에 15년 동안의 젊은 시절을 정신병원에서 정신분열증 환자로 보내게 된다.

 아버지의 병든 사랑이 자식의 천재성을 죽이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만든 것이었다. 아버지의 사랑이 자식을 질식 시킨 것이었다. 정신병원에 위문 공연차 방문한 한 여성 팬에 의해서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하게 된 데이비드가 칵테일 바에서 피아노를 치는 연주자가 됨으로써 점차로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

 어느날 데이비드가 연주를 마치고 집에 와서 냉장고에서 캔을 꺼내서 열려고 하는 도중에 뒤를 돌아보니 아버지가 와서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 앞에만 서면 어른이 된 지금도 꽁꽁 얼어붙어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랜다. 아버지는 데이비드의 통조림을 손수 따서 주면서 과거에 입버릇처럼 데이비드에게 말해 온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 바이올린을 샀거든 할아버지가 그것을 어떻게 했는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옛날 같으면 할아버지가 박살 냈어요, 나는 행운아 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을 데이비드는 모르겠어요, 나는 모르겠습니다.라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No라고 대답을 하게 된다.

 아들이 음악 대학을 졸업하면서 일등 상으로 받은 메달을 아들의 목에 걸어주면서 이제 이 메달은 너의 것이니 네가 가져라라고 말한 후에 아버지는 아들의 곁을 떠난다. 이후 친구에게 놀러 온 점성술사인 길리언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길리언과 결혼을 하면서 길리언의 정성어린 사랑으로 점차로 자아를 회복하게 된다. 데이비드의 소원인 음악 콘서트가 드디어 열리고 앙콜을 외치는 관중들의 열광 속에 눈물을 흘리며 답례를 한다. 길리언의 사랑으로 데이비드는 자아를 되찾은 것이었다(김종만, 결혼과 가족과 치료, p88-p90).

샤인에 대해서 더 상세히 알고 싶은 분은 영화 속의 주인공의 심리분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샤인(Shine)에 들어가 보세요.

사례 2. 영화로 연극으로 소설로 유명한 신의 아그네스는 수녀가 아기를 낳아서 탯줄로 목을 감아서 쓰레기 통에 버려 살해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사건을 맡은 법정 정신과 의사 마샤의 최면을 사용한 정신분석 치료로 아그네스가 저지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 아그네스의 어머니는 어린시절에 성폭행을 당했고 사춘기가 되면서 성적으로 난잡한 성도착증 환자가 되어 난잡한 섹스 관계로 사생아인 아그네스를 낳게 된다. 아그네스 때문에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자 아그네스를 방안에 가두어 키운다. 알코올 중독자로 매일 같이 술로써 세월을 보내며 아그네스에게 모든 화풀이를 한다. 아그네스가 오디팔 단계인 3세 5세 때 엄마가 아그네스의 성기를 담뱃불로 찌지면서 아그네스로 하여금 섹스에 관심을 가지지 말도록 한 것이 마샤의 최면 치료에서 밝혀진다.

  이후에 엄마는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고 언니인 수녀원 원장에게 아그네스를 부탁한다. 아그네스는 수도원에서 섹스에 무지한 채로 사춘기를 맞이 하게 된다. 생리가 왔을 때 하느님으로부터 처벌을 받은 것으로 엉덩이가 커지고 유방이 크지는 것을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기 만큼 어려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단식을 하게 된다. 성폭행을 당해서 임신을 한 줄도 몰랐고 10개월이 차서 아기가 나올 때 아기를 자궁 속으로 밀어 넣으면서 들어가라고 하다가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자 아기의 목에 탯줄을 감아서 살해한 후에 쓰레기 통에 넣었다는 사실이 정신과 의사인 먀사에 의해서 밝혀지고 아그네스는 정신이상 상태에서 살인을 한 것이 인정되어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고 그 곳에서 죽게 된다(김종만, 결혼과 가족과 치료, p88-p90).

아그네스의 어머니가 왜 아그네스에게 담뱃불로 성기에 폭행을 가했을까? 어머니는 자신이 섹스에 일찍 눈을 떴기 때문에 섹스로 폐인이 된 것을 답습하지 말도록 아그네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였다. 어머니의 성 도착증이 아그네스에게 성 혐오증으로 문제 해결이 한쪽 극단에서 다른 쪽의 극단으로 바뀐 것이지 치료가 아니었다. 결국 아그네스를 보호하겠다는 잘못된 사랑이 아그네스를 오히려 문제 속에 빠지게 한 것이다. 어머니는 사생아를 낳았고 그 딸인 아그네스 역시 사생아를 낳고 아기를 살해한 살인자가 된 것이다.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것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 셈이 된 것이다(김종만, 결혼과 가족과 치료, p88-p90).

신의 아그네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홈페이지인 영화 속에 주인공의 심리분석에 들어가서 신의 아그네스에 들어가 보세요.